디자이너 인사이드: 나이키의 존 호크가 만든 최고의 신발
6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미국 육상선수 앨리슨 펠릭스(Allyson Felix)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00 미터 계주 결승전에서 경기장 트랙의 코너를 돌 때, 그녀의 길고 힘찬 보폭을 뒷받침해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가 뛸 때 신었던 운동화 ‘줌 수퍼플라이 플라이니트(Nike Zoom Superfly Flyknit)’다. 그녀가 뛰어난 유연성과 순발력으로 또 하나의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신발 덕분이었다.
나이키(Nike) 존 호크 (John Hoke)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나이키가 스포츠에서 우수성을 상징하는 브랜드며, 최근에는 어드밴스드 컴퓨터 모델과 엔지니어링을 이용하는 맞춤형 신발부터 의류 디자인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고 전했다. 나이키는 미국 오리건 주 비버튼(Beaverton)시에 있는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 내외부에서 생체모방(biomimicry) 모델링 같은 기술을 3D 프린팅 프로토타이핑에 적용, 운동 선수들의 실적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호크 부사장은 1992년 건축가로서 나이키타운(Niketown) 매장을 설계하면서 나이키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그가 지난 20년 동안 목격한 회사는 반복적 기술을 통해 가능했던, 스릴 넘치는 창의적 오르막길의 발전 연대기다. 그는 “기술은 우리가 지금 완전히 이해하는 대로 우리를 돕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빠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되풀이하는 것도, 시험하고 실패하는 것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디자인의 질과 깊이가 단숨에 단계를 뛰어넘는, 이를테면 양자(quantum)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에서 호크 부사장은 펠릭스의 신발, 생체모방과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의 미래, 그리고 인간 잠재력의 경계를 넓히려는 나이키의 집착에 가까운 추진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앨리슨 펠릭스의 스파이크 신발을 만들 때의 디자인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앨리슨을 만났을 때 경주 트랙이 어떻게 곡선-직선-곡선-직선으로 바뀌는지, 언제 곡선 구간에 들어가고 나오는지, 몸의 역학이 언제 물리적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우리끼리 ‘그녀가 곡선 구간에서 직면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라고 했었습니다. 사실, 대개 그 구간에서 경주의 승패가 좌우되니까요.
우선 앨리슨의 오른발 착지와 왼발 착지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도구를 사용해 신발의 미끄럼방지 부분인 스파이크 밑창을 좌우로 더 정밀하게 만들면 곡선 구간에서 맞닥뜨리는 힘의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직 펠릭스 선수의 발과 이 특별한 경주만을 위한 밑창을 디자인했습니다. 저는 이 작업에 매료됐어요. 간발의 차이로, 즉 몇 분의 일 인치나 몇 분의 일 초 차이로 금메달을 따거나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 결정적 순간을 정지시키고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운동 선수가 기대하는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스타 선수와 함께 2년 동안 진행한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했습니까?
온갖 종류의 데이터를 다 수집했습니다. 그녀가 트랙에서 달리는 것을 눈으로 관찰했습니다. 마주 앉아서 그녀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 하는지 귀담아 들었고요. 또 동영상을 통해 풍부한 데이터 세트를 얻고,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Nike Sports Research Lab)에서 그녀가 달리는 모습을 분석한 데이터도 봤습니다: 이 데이터에는 펠릭스 선수가 왼발에서 오른발로 얼마나 많은 압력을 가하는지, 구체적으로 발의 어느 부분이 땅을 차고 밀어내는지, 발을 어떻게 착지하는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이전에는 사후에야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순간에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디자인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실행합니다. 이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거기에 디자이너의 직감이 결합되면서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거죠.
신발 최적화를 위한 반복 프로세스가 지난 10년이나 15년 사이에 어떻게 달라졌나요?
우리가 창의적으로 하는 모든 일에 속도가 붙고 있어요.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새로운 현실이 신납니다. 과거에는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시장에 내놓는 데 대략 18개월에서 2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아이디어, 데이터 수집, 프로토타입 제작을 거의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이 확 줄었습니다. 2주내에 물리적 제품을 내놓을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이제 컴퓨터가 창작 프로세스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내놓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것이 나이키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어떻게 바꿔놓았나요?
저는 기술이 나이키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증폭시키고 범위를 넓혀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창조성을 자동화하고 있다거나 상상력을 대신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저는 기술이 데이터와 함께 증대하고 가속화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는 꿈꿀 수 없다는 겁니다. 그것은 우리의 몫,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이죠. 디자이너는 관찰하고, 청취하고, 시험하고,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지만, 데이터는 디자인을 하지 않습니다. 반 고흐처럼 훌륭한 화가들을 보면, 물감, 캔버스, 그리고 붓이 있었습니다. 반 고흐를 만든 것은 이 도구를 집어 드는 행위, 자기 발견과 성찰, 그리고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재능과 의지였습니다. 도구와 예술가의 관계는 언제나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어요. 저는 예술가는 항상 그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들은 펠릭스 선수가 신었던 것 같은 신발을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을지, 제조 원가는 얼마가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나요?
디자이너들이 제품 체인 전체를 디자인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단지 그림을 그리거나 최종 샘플을 승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 훌륭한 디자이너라면 ‘재료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그 재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조립은 어떻게 할까? 소비자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분해했다가 되돌릴까?‘를 짚어보는 전체론적 전략을 생각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것을 ‘디자인을 디자인한다’고 즐겨 표현합니다.
펠릭스 선수가 올림픽에서 나이키 줌 수퍼플라이 플라이니트를 신고 뛰는 것을 TV로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텔레비전에서 함께 작업한 운동선수를 보고 함께 만들어낸 작품을 본다는 건 사실 감동이었습니다. 그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땀도 났던 것 같고… 그가 뭔가 이루어 내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다가 탕 하고 출발신호가 울렸고, 그가 오랫동안 훈련해온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을 봤죠. 이런 게 디자이너에게는 대단한 일입니다. 그 운동 선수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