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를 유기성 재료로 대체한 캠브리안 배터리
- 캠브리안 베터리는 희토류 대신 유기성 재료를 이용하여 제조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 배터리에 들어간 유기탄소재료는 면이나 생분해성 폐기물에서 추출한 것으로 재활용 가능성이 높다.
- 이 배터리의 급속충전, 대용량 버전은 전력이 공급되지 않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한 장소에서 전기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리튬이온(Li-ion) 배터리는 스마트폰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모든 사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휴대성으로 최근 몇 년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사용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쿄에 위치한 에너지 기업 PJP아이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회사에서 희토류 대신 유기성 재료를 이용해 제조한 캠브리안 배터리는 더 나은 성능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선 리튬이온 배터리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왜 모든 것이 반드시 변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첫 번째 상업 제품이 나타난 때는 1991년이다. 그때부터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같은 기술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널리 활용하면서 전자 제품의 작동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2019년, 아사히 카세이 주식회사(Asahi Kasei Corporation)의 명예 연구원인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Akira Yoshino)를 비롯한 세 과학자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관련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80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에는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의 금속 화합물이 들어가고 음극에는 탄소가 들어간다. 전기차 동력원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탄소배출량을 줄여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더 안전하고, 오래가며,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전력 처리량이 많은 대용량 배터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 배터리에 쓰이는 탄소는 석유 제품에서 추출하지만, PJP아이는 식물성 탄소재료(plant-based carbon materials) 대량 생산 기술을 확립했다. 캠브리안 베터리는 음극에 유기성 재료를 사용하고 양극에는 더 많은 비희토류 금속을 사용한다. 그 결과 ’싱글 카본 배터리(single-carbon battery)’로 불리는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이 만들어졌다.
유기성 재료에서 탄소 제조
PJP아이는 탄소재료를 연구하던 중에 우연히 면에서 탄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발견했고, 신중하게 제어한 온도와 압력 하에서 재구성한 기술로 대량 생산을 실현할 수 있었다.
PJP아이는 2019–2020 테크로켓십 어워드(Tech Rocketship Awards) 미래 모빌리티(Future of Mobility)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영국 정부에서 후원하고 일본의 첨단 기술 스타트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PJP아이의 최고 정보 책임자인 오키나 인케츠(翁詠傑, Inketsu Okina)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배터리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선구자 격인 영국 기업들이 참여함으로써 우리 회사의 전극 설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식물성 자원에서 탄소를 추출하는 데 쓰이는 기술은 면 이외의 원재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오키나는 “한 스페인 기업이 올리브 오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생분해성 폐기물을 제공했고, 우리는 거기에서 탄소를 추출할 수 있었다”라며, “또한 오키나와의 식품 제조 공정에서 다양한 생분해성 폐기물을 얻을 수 있었다. 사탕수수와 케일 등의 원재료에서부터 여기서 추출한 탄소까지다”라고 전했다.
오키나는 PJP아이가 “단순한 탄소 생산업체나 배터리 제조업체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운송 및 에너지 스토리지 같은 분야에서 우리 기술을 이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난 여섯 달 동안 보트, 인공위성,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우리 배터리 기술을 적용하고 싶어하는 여러 회사로부터 문의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PJP아이는 설계사양 시트를 제시하는 대신, 오토데스크 Fusion 360(퓨전 360)으로 모델 데이터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품 크기 및 모양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한다.
개발중인 PJP아이의 배터리는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대용량이며, 오래가고, 휴대할 수 있다. 캠브리안 배터리도 안전한 대안이다. 과잉 충전하거나 과열되거나 연결이 끊기는 경우에도 파열하거나 폭발하지 않는다. 고압 전류로 충전할 때 열폭주나 폭발 위험이 없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후에도 배터리 성능이 저하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규슈대학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8,000회 충전한 이후에도 본래 용량의 84%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혁신을 위해 PJP아이는 COP26(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클린 에너지 스타트업 피치 배틀(Clean Energy Start-Up Pitch Battle)에서 공개투표로 일본 대표로 선정되었다.
지속가능한 휴대용 배터리
캠브리안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여덟 배나 빠르게 충전할 수 있고, 단 50분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오키나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일할 때, 화상회의를 하거나 컴퓨터가 필요한 경우, 콘센트에 플러그를 연결한 상태로 일해야 한다. 급속충전 배터리가 있으면 사람들은 원할 때 일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필요하면 배터리를 비상 전원으로 쓸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큐브(QuVe) 배터리는 비상 상황 및 전기 연결이 안 되는 상태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1kWh 이상 용량에 휴대성과 가벼운 폼 팩터를 갖추고 있으며, 필수 서비스 복구에만 며칠이 걸리는 재난 상황에서도 전력 가용성을 보장한다. 급속충전 기능 덕분에 야외 행사와 캠핑에 이상적인 배터리이며 빨리 방전되지 않아서 안심하고 쓸 수 있다.
레보레토리 6(Laboratory 6)는 캠브리안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2021년 10월에 1,400Wh 및 990Wh의 두 가지 모델로 큐브 배터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디고고(Indiegogo) 크라우드펀딩에서 사전 캠페인이 이미 진행 중이다. 오키나는 “우리 제품 가격이 경쟁 제품보다 1.5배 비싸지만 제품 수명은 몇 배로 더 길다. 수명이 긴 배터리 기술 덕분에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키나는 이어서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삶의 질과 정보에 격차를 만든다. 일부가 당연하게 여기는 휴대전화, 컴퓨터, 인터넷 접속 같은 것도 여전히 다수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전기 공급의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태양광 패널과 파워 뱅크 같은 기술을 통해 전선 없이도 의료, 교육, 농업 등 여러 중요한 영역에서 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