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루프 기술, 10년 내 운송수단 탈바꿈한다
고대 문명이 바퀴를 발명함으로써 전차, 자전거, 기차, 자동차, 비행기에 이르는 이동 수단의 수천년을 여는 혁신을 이루었다.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상품과 사람은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 운송될 수 있었다.
차세대 교통 혁신가들은 바퀴가 없는 모빌리티 기술이 어떤 모습일지 구상 중이다. 그들은 차세대의 주요 운송 혁신은 바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공기 부양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하이퍼루프(Hyperloop)라고 하는데, 이는 운송뿐 아니라 도시와 교외가 진화하는 방식까지도 새롭게 규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처럼 연결된 도시 사이를 질주하며, 비행기 속도로 지면 위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상상해보라. 하이퍼루프 기술은 지하, 지면 위에 떠있는 파일론(pylon), 또는 수중에서도 구축될 수 있는 진공관 내부를 이동하기 위해 전기 모터와 자기 부양을 이용하는 지하철 스타일의 ‘포드(pod)’에서 사람과 화물을 시속 670마일(약1078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송한다.
하이퍼루프의 이점은 속도 뿐만이 아니다. 하이퍼루프 기술은 기존 운송 수단이 사용한 연료의 일부만 필요로 하고, 직접 배출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동은 필요에 따라 거점별로 직접 연결되며 기상이나 교통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이동 방식이 미래에나 있을 법한 판타지같은가? 하이퍼루프 혁신을 선도하는 버진하이퍼루프원(Virgin Hyperloop One)은 대규모 기술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하이퍼루프를 통한 이동은 앞으로 십 년 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송 혁신
투자자이자 기업가인 셔빈 피셰바(Shervin Pishevar)는 테슬라 및 스페이스엑스 CEO인 엘론 머스크에게서 하이퍼루프 아이디어를 얻어 2013년 버진하이퍼루프원을 설립했다. 초기 사명은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Hyperloop Technologies)였으나 2017년 리처드 브랜슨 경의 버진 그룹이 전략적 투자를 하면서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현재 미국, 인도, 중동 지역에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으며 실제 운행과 관련하여 꾸준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이퍼루프는 사람들이 이동하고 살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오늘날 이동 시간을 보면,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가스까지 이동 시간은 차로 4시간 17분, 비행기로 1시간 반이고, 시카고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는 차로 5시간, 비행기로 1시간 20분이다. 하지만 버진 하이퍼루프 원을 이용하면, 이동 시간은 각각 30분과 33분으로 단축된다.
버진하이퍼루프원 이스마엘 바부르(Ismaeel Babur) 시니어 토목 엔지니어는 “라스베이거스에 살면서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해지며, 이는 산타 모니카에서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공관 인프라는 하이퍼루프를 다른 운송 수단 대비 편리하게 만들어, 승객은 각자의 편의에 따라 포드(pod)를 호출하고 경유지 없이 곧장 도착지로 이동할 수 있다. 바부르 엔지니어는 “하이퍼루프를 호출하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승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파급력도 크다. 사람들은 더이상 직장 근처에 살 필요 없이 보다 저렴한 비용, 더 나은 교육, 깨끗한 공기, 높은 삶의 질이 있는 교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다. 그들이 떠난 도시 역시, 도심 거주자들은 낮은 인구밀도 덕분에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공기 오염도 감소는 물론, 교통 체증은 완화되고, 주택 가격은 낮아지는 것이다. 양측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어 더 나은 건강, 재무 상태 개선, 높은 교육 기회, 고용 증대, 심지어는 행복한 결혼까지 꿈꿀 수 있다.
바부르 엔지니어는 “생각해보면, 모든 가능성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개발업자 역시 하이퍼루프에 연결된 커뮤니티로 모여 사회적 혜택을 비롯해 경제적 이윤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하이퍼루프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다 개발된 도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도전
하이퍼루프가 현실이 된다는 것은 기술과 규제의 도전 모두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퍼루프원은 전략적 설계 접근을 시도했다. 2019년 11월 오토데스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토데스크 소프트웨어(Civil 3D(시빌 3D), InfraWorks(인프라웍스), Revit(레빗), Inventor(인벤터)) 를 사용해 하이퍼루프 트랙의 설계, 건설, 운영, 관리를 최적화했다. 프로젝트 진행의 모든 단계에 현실을 반영하여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도모하고, 끊김 없는 클라우드 협업(오토데스크 BIM 360 프로젝트 운영 플랫폼 사용)을 도입해 철도 및 고속도로 루트 최적화와 같은 기존 교통수단 형태에 보조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버진하이퍼루프는 하이퍼루프 산업을 진일보시키고 있다.
기술적 도전은 고객 만족과 안정성으로 시작된다. 하이퍼루프 이용의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하이퍼루프가 정차하는 궤적의 수직 및 수평 라인에 대한 시스템 얼라인먼트를 주의깊게 고려해야 한다.
바부르 엔지니어는 “최소 곡률 결정을 위해 보수적인 승객의 안전 지수를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시스템 엔지니어는 커피를 바로미터로 사용하는데, 승객의 컵이 커브를 돌 때 계속해서 유지되도록 계산을 한다. 그는 또 “하이퍼루프 승차 중에 커피가 엎질러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문 역시 승객의 승차감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바로 버진하이퍼루프원이 창문을 설계하지 않은 이유이다. 바부르 엔지니어는 “대기에서 시속 500-700 마일(약 800~1126킬로미터)로 주행하는 경우, 꽤 전망이 좋다”라며 “하지만 지면에서 그 속도를 낼 경우, 창문을 바라보면 어지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리학은 엔지니어링의 약점일 수 있지만 또한 강점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고속 레일의 경우 최고 속도로 달리는 기차는 최대 3퍼센트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고가의 터널링이 부재하여 산악지대를 이동할 수 있는 루트를 제한하게 된다. 반면 하이퍼루프는 최고 속도에서 최대 10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다.
멈출 수 없는 모멘텀
라스베이거스에서 2017년 세계 최초로 풀시스템 하이퍼루프를 완성했을 때, 버진하이퍼루프원은 중대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라는 또 다른 커다란 산이 남아 있다.
하이퍼루프는 신기술이므로 업계 및 정부는 처음부터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한 첫 단계는 하이퍼루프 인증 센터를 구축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는 안전 표준, 리서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미국에서 하이퍼루프 최초 승객용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이미 17개 주에서는 공식 답변을 제출했다.
외신 주요 매체인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까지 승객들이 테스트 트랙을 시범 승차할 수 있고 2029년까지는 하이퍼루프 루트가 운행된다고 한다. 규제 해결 과정이 계획한 대로 순조롭지는 않지만, 바부르 엔지니어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국에는 규제가 많긴 하지만, 해당 규제를 통과하는 모멘텀이 일단 시작되면 그 이후에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