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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자원 해결책 마련 위해 흐름을 거스른 젊은 건축가 4명 이야기

물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인체의 75%를 구성한다. 물은 위생에서 농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필수적이다. 물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물이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 비영리 단체 워터닷오알지(Water.org)에 따르면, 전세계 8억 4400만 명이 안전한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은 질병 및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또 아이들은 학교를 결석하면서 가족을 위해 물을 길러 가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의 교육 수준도 낮다. 이 지역 성인들은 일자리와 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빈곤 증가 등 영향을 미친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환경 오염 증가 및 기후 변화로 인해 2025년까지 많게는 35억 명이 물 부족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한편, 건설 환경이 본질적으로 수자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가들에게는 이 같은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IaaC(Institute for Advanced Architecture of Catalonia, 카탈루냐 고등 건축연구소)의 건축과 학생 네 명이 하는 일이 바로 이 것이다. 보스턴 오토데스크 기술 센터(Autodesk Technology Center)의 레지던시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에 참가한 연구원들은 물을 주제로 한 건축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전체적으로 이 미래의 건축가들은 이 귀중한 자원을 이용하고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로 향하는 다리

IaaC 학생 라스 에리크 엘세스(Lars Erik Elseth)는 건축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변화하는 수자원 부족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수 있는지 직접 목격했다. 스칸디나비아 출신인 엘세스는 노르웨이 시골에 있는 가족의 오두막에 놀러 다니며 자랐다. 그의 연구 프로젝트에 영향을 준 것은 매년 봄 가족들과 눈 녹은 강물을 지나 오두막까지 가기 위해 건넜던 수십 년 된 징검다리였다.

신축성 있는 징검다리 프로토타입으로, 수평력을 흡수할 수 있는 셀 유닛이다. 이미지: 라스 에리크 엘세스.
 
교체 가능한 실리콘 부품과 셀. 이미지: 라스 에리크 엘세스.
 
구조 셀 유닛 및 기타 세부 장식과 다리 일부. 이미지: 라스 에리크 엘세스.

엘세스는 “그 다리는 여러 해 동안 하류로 흘러가는 얼음 덩어리로 인해 손상되었다”라고 하며, “다리의 구조적 성능이 많이 떨어져 2년 전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라고 전했다.

다리를 교체하기 위해 엘세스는 규격 목재 사이에 부드러운 실리콘 조인트가 있는 신축성 있는 징검다리를 고안했다. 징검다리는 팽창(auxetic) 시스템으로 조립된다. 이 시스템은 늘어나면 넓어지고 압축되면 얇아지며, 상승하는 수위에 반응하여 다리가 구부러질 수 있게 하는 조인트 시스템이다.

엘세스는 오토데스크 Fusion 360(퓨전 360)을 사용해 조인트 성능을 시뮬레이션하고 CNC 기계로 구축한 작은 프로토타입 설계를 개선시켰다. 그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물을 피해 도망가거나 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해 왔다”라며, “물과 함께 일하는 대신, 사람들은 물과 격리되거나 모든 것을 방수 재질로 만들었다. 내 경우에는 징검다리에 신축성 있는 움직임을 생성하는 동력으로 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으로 재난 해결

플라스틱 오션스 인터내셔널(Plastic Oceans International)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 바다에 8백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버려진다.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이 잔해가 해양 생물을 위협하고 주변 바다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침투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잘게 조각낸 플라스틱으로 타일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나무-실리콘 거푸집. 이미지: 가브리엘 쥬레비치.
 
조각낸 플라스틱을 채운 타일 거푸집. 이미지: 가브리엘 쥬레비치.
 
두 번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구. 이미지: 가브리엘 쥬레비치.

IaaC의 리투아니아인 학생 가브리엘 리우다 쥬레비치(Gabriele Liuda Jureviciute)는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생활상을 개선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건축 요소로 재활용하도록 권장하는 솔루션을 설계했다. 프로세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 세척,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 다음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오픈소스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국제 단체)에서 파쇄기로 잘게 절단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가 플라스틱을 녹이고 조립한다. 이 방식은 재활용 과정에서 시민들을 참여시키며, 사회 및 환경적 자본을 구축할 뿐 아니라 재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오토데스크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여름을 보내며 타일 제조 및 설치 방법을 시험한 쥬레비치는 “두께가 적어도 1cm 넘는 타일은 900kPa 이상의 압력을 견딜 수 있어 견고한 주거용 타일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쥬레비치는 본인의 설계를 대나무 비계에 재활용 플라스틱 타일을 입힌 인도네시아의 지속가능한 비상 주택 대피소에 적용했다. 자연 재해로 난민이 된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이 대피소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 접근성이 좋고 안전하다. 임시 목적을 완수하고 나면 타일은 건축용으로 또는 가구 같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 쥬레비치는 “제대로 된 집을 구하고 나서도 타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생물 다양성 위한 폐수

평범한 사람들은 아주 많은 물을 소비하고 낭비한다 (한국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33ℓ의 물을 사용한다). 샤워 배수구로 흘러가는 물을 비롯 설거지와 빨래 할 때, 정원에 물을 줄 때 등 사용하는 물의 양을 생각해 보라. 비록 궁극적으로는 물이 하천, 강, 호수, 습지로 들어가지만, 비누, 세제, 비료 및 다른 오염물질의 해로운 화학물질도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혈관에서 영향은 받은 격자 외장재 시스템. 이미지: 엘리엇 산토스.
 
혈관에서 영향을 받은 격자 외장재 시스템. 다른 각도. 이미지: 엘리엇 산토스.
 
혈관에서 영향을 받은 격자 외장재 시스템. 다른 각도. 이미지: 엘리엇 산토스.

IaaC 학생 엘리엇 산토스(Elliott Santos)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동안 건물 입면에 적용하여 패시브 폐수 처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입면 시스템을 개발했다. 산토스는 “사람들은 물에 실제로 무엇을 넣는지 잘 모른다”라고 하며, “내 고향인 캐나다에서는 겨울에 도로에 소금을 많이 뿌리기 때문에 흐르는 모든 물의 염도가 매우 높다. 이는 물뿐 아니라 토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산토스의 해결책은 생물학적이다. 그는 혈관 구조의 영향을 받은 시스템인 생분해성 필라멘트로 3D 프린트한 다음, 곰팡이 포자를 섞은 셀룰로오스 합성 젤을 주입한 격자 구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성장한 곰팡이는 폐수가 건물의 그린 루프(green roof)에서 지상 수로까지 시스템을 따라 흐를 때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 시스템에 의해 생분해되면 벌레의 먹이가 되고, 벌레는 새의 먹이가 되어 생물 다양성 체인을 생성하고 수로를 청결하게 만든다.

산토스는 “특히 도시 지역에는 야생동물이 번성할 수 있는 공간과 서식지의 격차가 크다. 내 아이디어는 생물종이 도시를 통과하도록 돕는 디딤돌을 만들어, 이 격차를 메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푸른 황금 수확

레바논 출신 IaaC 건축과 학생인 야스미나 엘 헬로우(Yasmina El Helou)는 검은 황금(석유)만큼이나 푸른 황금(물)이 귀한 매우 건조한 중동 지역에서 성장했다. 엘 헬로우는 “나에게 물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고 하며, “물 부족은 내가 평생 함께해온 문제다. 사람들이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매일 볼 수는 없더라도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물 없이 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채널이 있는 콘크리트 타일을 보여주는 스케치. 이미지: 야스미나 엘 헬로우.
 
채널이 있는 콘크리트 타일을 보여주는 스케치. 다른 각도. 이미지: 야스미나 엘 헬로우.
 
채널이 있는 콘크리트 타일을 보여주는 스케치. 다른 각도. 이미지: 야스미나 엘 헬로우.

엘 헬로우의 프로젝트는 건조한 도시 환경을 염두에 두고 물이 안개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특정 지역에서의 집수에 초점을 맞춘 개발이었다. 엘 헬로우는 “나는 선인장 및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다른 식물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엘 헬로우의 비전은 안개에서 응결된 물을 포집하여 욕실과 정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 탱크에 모을 수 있는 다공성 콘크리트 타일을 만드는 것이다. 바람의 도움을 받아 물은 타일에서 건물 탱크로 연결되는 와이어로 이동한다.

여전히 타일 모양과 콘크리트 혼합을 실험하고 있지만, 프로젝트는 이미 건축가가 형태만큼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할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었다. 엘 헬로우는 “이제 건축은 집이나 대형 쇼핑몰 짓는 것을 넘어섰다”라며, “건축은 사람을 장기적으로 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설계하는 것이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지만, 과학자가 과학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무언가를 설계할 수 있는 많은 도구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나는 이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필자 소개

맷 앨더튼(Matt Alderton)은 시카고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다. 주로 비즈니스, 디자인, 식품, 여행, 기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다룬 주제는 비니 베이비(Beanie Babies)와 메가 브릿지부터 로봇과 치킨 샌드위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Northwestern University) 메딜 (Medill)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했으며, 작가 관련 자세한 사항은 작가의 웹사이트 MattAlderton.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Profile Photo of Matt Alderton -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