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으로 생산성을 높여 간다
건축ㆍ엔지니어링ㆍ건설 업계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에 설계자와 시공사는 컴퓨터로 건물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만들어나간다.
GPS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운전하다 길을 잃으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낯선 이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구글 맵이나 웨이즈(Waze) 같은 앱 덕분에 길 찾는 것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운전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됐다.
건축가, 엔지니어, 시공업체의 경우, 설계와 시공의 세부 과정은 컴퓨터에 맡기고 사람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서 그 결과물로 멋진 빌딩을 내놓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과 컴퓨팅의 차이
인간과 기계 간의 협업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까? 먼저 디지털과 컴퓨팅의 두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요즘은 많은 것이 디지털화 됐다. 스마트 조명 스위치로 집안에서 불을 켜고 끈다면 그것은 디지털이다. 하지만 당신이 집에 도착했을 때 당신의 핸드폰이 감지되어 집안의 불이 자동으로 켜지거나 당신이 아주 멀리 있을 경우 불이 꺼진다면 컴퓨팅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건축학부 전 학장이었던 스탠 앨런(Stan Allen) 건축가는 디지털과 컴퓨팅을 “디지털은 정적인 상태를 말한다. 반면 컴퓨팅은 역동적인 프로세스를 말한다”라고 구분했다.
설계 및 시공 업계는 이제 적극적으로 디지털에서 “컴퓨팅” (computational) 위주로 전환해가고 있다. CAD나 디지털 사진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데이터 만들기”가 컴퓨터로 데이터를 생성, 조작, 그리고 적용함으로써 결과물을 향상시키는 “데이터 활용”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업계에서는CAD 도면에서 스프레드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털 문서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CAD 소프트웨어에 스크립트를 적용하고 스프레드시트의 매크로 기능을 사용하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건축, 엔지니어링 및 건설 (AEC) 정보에 접근하거나 조종하거나, 심지어 창조할 수 있었다. 이것이 앨런 건축가가 말한 능동적 컴퓨팅 과정이다.
스크립트, 새로운 구조물을 낳다
거의 20년 전 건축가들은 스크립트(프로그래밍이라고도 한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크립트로 컴퓨터가 생성한 기하학적 구조를 새로운 접근법으로 조작할 수 있었고 이로 하여금 설계와 시공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컴퓨터로 직각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어 새로운 모양과 곡선을 그릴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건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초창기 스트립트로 오토데스크 AutoCAD(오토캐드)와 Rhino(라이노)와 같은 지오메트리 엔진 프로그램을 다루어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HA, Zaha Hadid Architects)의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Heydar Aliyev Center)와 같이 복합적이고 난해한 설계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스크립트는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한 건설용 툴을 다루는 알고리즘을 선보인다. 바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과 시공이다.
그러나 건축가와 시공사의 창의력을 강화하는 스크립트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너레이티브 도구가 가능하게 하는, 설계와 시공 과정 간의 중요한 연결이다.
예를 들어 시애틀 소재 건축사무소 LMN 아키텍츠의 경우, 아이오와 대학의 복스만 음대 콘서트홀을 설계할 때 천장이 어쿠스틱 반사, 빛의 분산과 환기, 그리고 건축미 포인트의 기능을 모두 갖춰야 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스크립트로 설계자들이 먼저 원형을 만든 후 독특한 건축학적 구조물을 고안하여 모든 필요조건을 충족한 동시, 같은 스크립트로 시공사에 정확한 기하학적 수치와 시공 과정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시공사는 LMN의 제너레이티브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디지털 정보를 가지고 제작에 임하여 컴퓨터의 정확성을 토대로 건축가들의 설계와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시공할 수 있었다.
전통적 기법으로는 시공하거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어쿠스틱 천장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여기서도 제너레이티브 접근법이 물리적 구조물의 설계와 시공 모두에 도움이 되었다.
건설 현장을 위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디에터 베르물렌 (Dieter Vermeulen)이 이끄는 크레인 위치 최적화(Crane Position Optimization) 연구 프로젝트의 경우 시공사는 오토데스크의 Project Refinery(프로젝트 리파이너리)를 이용하여 미리 성형된 철근 콘크리트 판들로 건물을 “조립”하기 위해 가장 잘 짜여진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알고리즘은 건설 현장으로 콘크리트 판을 배달하는 트럭과 이 콘크리트 판들을 올바른 자리에 떨어뜨리는 크레인의 여러가지 다른 위치들을 실험하면서 빌딩의 설계, 콘크리트 판의 무게, 장비의 역량, 그리고 도로 등의 접근 지점들을 모두 고려하여 가장 효율적인 공정을 모색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이 관여되어 있다. 첫째, 시공사는 조립 과정을 위한 제너레이티브 스크립트를 작성함으로써 최상의 콘크리트 건물 조립에 관한 자신의 전문성을 문서화하였고, 이 정보는 이제 재활용될 수 있는 형태여서 프로젝트 팀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둘째, 시공사는 이러한 전문성에 무조건 의존하기보다 여러 가지 경우를 가지고 실험하여 가장 최적화된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레인을 어떻게 사용하여 패널을 부착하고 트럭으로 어떻게 패널을 제공할 것이며 등의 모든 변수를 실험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비용은 거의 안 든다.
시공사는 수백 가지 옵션을 시도해보고 최선의 접근법을 찾아낼 수 있다. 사실 제너레이티브 알고리즘은 시뮬레이션을 실행 및 평가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제너레이티브 스크립트 자체에서 설정된 매개변수에 따른 최상의 솔루션을 찾아낸다. 이제 컴퓨팅 시뮬레이션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떠나 건설 현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시공에서의 컴퓨팅 활용 방안
또한 중요한 것은 시공사가 스크립트 안에 구축한 시공 기술을 설계 자체가 완성되기 전에 설계사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선제작 콘그리트 구조물의 예에는 비용, 일정, 그리고 프로젝트 시공 계획 면에서 건축가들이 건물을 구상하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중요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원래의 설계가 선제작 콘그리트판의 선택뿐만 아니라 그 최선의 시공 방법까지 반영한다면 얼마나 더 효율적일까?
미래에는 시공사가 함께 작업할 설계자들에게 시공 스크립트 라이브러리를 제공할 것이다. 설계자들은 이를 여러가지 시공상의 어려운 문제에 적용하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건설이 진행될 때가 아니라 아직 디지털 형태로 있을 때 건설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객체는 (예: 선제작 콘크리트 판) 치수, 무게, 연결 지점뿐만 아니라 설치 과정과의 상호작용 방법 (크레인, 트럭, 인부 등)과 최선의 부착 및 단열, 그리고 그것을 달리 건물에 포함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컴퓨팅 지침과 함께 제공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공 지식을 축적, 저장, 그리고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전 AEC(건축ㆍ엔지니어링ㆍ건설, Architecture, Engineering & Construction) 과정이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이 된다.
시공은 매우 오래 전부터 생산성 관련 사안, 설계사와 시공사 간의 논쟁, 그리고 소송을 거는 불만족한 의뢰인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제너레이티브 기법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곳을 공략하여 프로젝트 팀이 컴퓨팅을 활용해서 전문성을 공유하고 더 나은 해법과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아마 스탠 앨런 건축가도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디지털인 오늘날, 컴퓨팅이 더 나은 건축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필 번스타인은 예일 건축대학의 부학장이며 오토데스크의 펠로우이다. 최신 저서: Architecture-Design-Data: Practice Competency in the Era of Computation (Birkhauser Architecture, 2018년 10월 출간).